이태원 참사 관련 첫 신고가 소방에 들어가기 1시간여 전, 서울경찰청이 이미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YTN이 확보한 경찰 112 무전망에는 밤 9시 1분, 서울청 상황실이 이태원 일대에서 사고가 우려되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용산경찰서에 질서 관리를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신고는 앞서 경찰이 공개한 112신고 11건 가운데 5번째 신고로, 경찰은 이를 가장 긴급한 신고인 '코드 0'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당일 상황실 책임자였던 류미진 총경이 첫 보고를 받은 시각은 밤 11시 39분.
서울청이 상황의 긴급성을 인지하고도, 왜 2시간 반이 넘도록 류 총경에게 보고하지 않았는지 의문점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기존 주장을 뒤집는 내용도 무전망에서 포착됩니다.
이 전 서장은 밤 10시 36분, 용산서 112 망에 처음으로 등장해 이태원에 경찰 인력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참사 상황을 알게 됐다는 이 전 서장의 진술과는 상반되는 대목입니다.
경찰이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정황도 여러 군데에서 확인됩니다.
현장 책임자였던 전 용산서 112실장은 저녁 7시 5분 참사 현장 인근에서 차도까지 밀려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끌어올리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똑같은 지시는 두 시간쯤 뒤에도 반복되는데, 오히려 인파를 밀집시켜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판이 의심되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해밀톤 호텔 인근에 있던 순찰차를 밤 10시 18분에도 마약 관련 신고 대응에 배치한 겁니다.
출동 지시 7분 뒤 형사팀이 도착해 순찰차는 정상 근무로 복귀했지만, 심정지 환자가 속출하던 순간에도 경찰력은 온전히 집중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같은 112 무전망 내용을 토대로 경찰의 부실 대응 여부를 폭넓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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